유튜브, 그 순기능과 역기능 사이에서
유튜브를 4~5년 전쯤 돌리다가 20여 편만 찍고 멈췄다.
이유는 일단 내가 그만큼 부지런하고 꾸준하지 못했다는 것이 가장 컸다. 안 그래도 바쁜 상황에 적지않은 시간을 들여가면서 초기에 부지런히 찍고 편집하는 작업이 내겐 굉장히 부담이었던 셈이다.
두 번째는 내 얼굴이 나오는 것에 대한 부담도 꽤 있었던 것 같고...
끝으로는 뭔가 더 자극적이고 사람들의 관심을 끌 만한 어떤 행위들을 지속적으로 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에 제대로 시작도 못하고 20여 편 만에 미리 지쳐 나가떨어졌던 셈이다.
그렇게 잊혀진 유튜브였는데, 최근 몇 번의 다른 유명 유튜브에 출연하게 되면서 미디어 출연이 부쩍 많아졌다. 조회 수가 내 기준에서는 ‘왜 이렇게 많이 나오지?’ 싶은 상황이었는데, 어쨌든 이 인연으로 다수의 라디오와 TV 등에도 출연을 하게 됐다.
그 과정에서 다시 한번 들여다본 유튜브는 확실히 그 순기능과 역기능이 매우 선명하게 다가왔다.
일단 순기능은 나 역시도 그렇지만 더할 나위 없이 가깝고 실용적인 정보의 원천이라는 것이다. 거기다 이런 영상이 한번 제대로 터지면 파급력이 꽤 무섭다는 것도 실감하게 됐다. 언제 내 얼굴이 40만, 50만 뷰로 노출이 되겠는가. 물론 내가 잘한 것보다는 그 유튜버가 가진 파워에 기인하는 바가 컸을 것이다.
다만, 그 과정에서 굉장히 잘못 전달되고 있는 모습도 발견할 수 있었다. 예컨데 ‘작은 사실을 크게 부풀려서 몰아가는’ 영상(예를 들면, 어떤 직업은 거의 시장성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 자격만 따면 좋은 일자리를 얻는다는 식의 이야기)이나, ‘정확하지 않은 사실을 별다른 노력없이 단정하는’ 영상(어떤 이야기들은 매우 비현실적인 이야기도 많다. 특히, 탁월한 사람들을 전제로 할 때 보통 사람들에겐 매우 가혹한 요구가 될 수도 있다) 같은 것이 그 예다.
덕분에 현장에서 좀 더 솔직한 얘기를 할 수 있었다. 적어도 나는 강사이기도 하지만, 직업현장에서 꾸준히 사람들을 만나 상담을 하는 사람이라는 정체성도 함께 갖고 있기에 그런 면에서는 현실적인 얘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그래서 좀 걱정이 되기도 했다. 솔직한 이야기는 종종 재미없거나 듣기 싫으니까)
유튜브처럼 정보가 넘쳐날 때에는 당연하게도 정보의 검증이 확실히 필요하다.
솔직히 나 역시 방송에서 얘기할 때 부담스럽기도 하다. 실제 그 일을 직접 하는 사람들과 비교하면 상담으로 얻는 정보는 편차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조사를 하고 경험한 것을 기반으로 얘기는 하지만, 정리하는 과정의 생각이나 조사의 오류도 발생할 수 있고, 내 경험이 독특한 어떤 것이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방송을 보는 분들의 추가적인 검증이 함께 이루어지기를 바라며 할 수 있는 선에서만 고민하며 노력할 뿐이다.
삶에서 만나는 다양한 도구들이 그런 것 같다. 그 자체가 선악을 갖기보다는 그를 어떻게 쓰고 내게 맞게 활용하느냐가 관건인 것처럼, 유튜브도 똑같은 과제를 우리에게 주는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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