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와 1인 기업 사이, Wood Artist 정희석님
직업에 대해 알아갈수록 신경이 쓰이는 질문이 있었다. ‘예술로 먹고 살 수 있을까?’
당연히 ‘그렇다’라는 것이 대답일 수 있겠으나 현실에서는 늘 ‘참 쉽지 않은 일’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곤 하는 것을 보았다.
지난 해 말 우연히 아내와 동인천 쪽으로 나들이를 갔다가 잠시 율목동 인근을 배회한 적이 있었다. 그러다 이상한 창고 같은 것이 좁은 골목길에 눈에 들어 아내와 들어갔던 전시공간, 잇다 스페이스. ‘참 묘한 곳에서 특이한 일을 하고 있구나’란 생각을 하던 중 용기를 내어 올해 인터뷰 요청을 드렸다. 어쩌면 직업으로서의 예술이란 측면을 좀 더 알아볼 수 있지 않을까 해서...헌데 용케도 흔쾌히 승낙을 얻었다. 그리고 금요일 오전 잇다 스페이스에서 조금 이른 11시에 목조형 작가이자 잇다 스페이스의 대표인 정희석님을 만났다.
(동인천 잇다 스페이스 내부)
오래됨을 넘어 이제 100년을 바라보는, 옛 모습이 살아 숨 쉬는 잇다 스페이스에서, 한 눈에 봐도 사업가 보다는 예술가적 분위기가 느껴지는 모습, 뜬금없이 인터뷰를 청한 사람이 불편할 수 있을 텐데도 기분 좋게 커피를 타주며 정희석 작가는 솔직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를 통해 조금은 다른 삶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이하는 인터뷰를 바탕으로 내용을 요약한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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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지금 하시고 있는 일을 간단히 설명해 준다면?
A: 현재는 문화프로젝트 전시공간인 잇다 스페이스를 운영하며 한편으로는 인근의 목공방에서 목공작업을 함께 하고 있다. 목공예작가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사업도 하는지라 가끔 나도 스스로 헷갈릴 때가 있다. 원래 사업을 예술활동을 위해 시작했는데, 지금은 어느 것이 주된 활동인가 싶다.
Q: 어떤 과정들을 거치셨는지?
A: 예전에는 까사미아라는 가구회사에서 디자인 관련 일을 했다. 그러다 DIY쪽에 주목해 독립, 한 업체의 소사장부터 시작했고, 이후 ‘만들고’란 DIY전문 쇼핑몰을 통해 키트화된 목공예품으로 히트를 치기도 했다. 여러 가지로 사업적 성공도 거둬 봤지만 관리란 걸 할 줄 몰라 결국 오히려 40세 무렵에 빚만 남기도 다 정리를 해야 했다. 예술을 하는 사람치고는 꽤 많은 걸 배운 셈이다.
잇다 스페이스는 그쯤에 모든 걸 정리하고 시작한 곳이다. 그것도 원래는 개인용 안테나 숍이나 쇼룸으로로 생각했는데 그것이 일이 커지면서 소셜펀딩을 받고 도시재생을 겸한 문화전시공간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Q: 이런 활동들이 돈이 될 것 같지는 않은데?
A: 잇다 스페이스는 그 자체로는 수익모델이 없다. 수익은 공방활동이나 그밖의 공공프로젝트 등에 대한 참여로 내고 있다. 잇다 스페이스는 오히려 기대치 않았던 개인 브랜드 성장에 도움이 되었던 것 같고 그것이 각종 공공 프로젝트 수주로 연결되는 효과를 만든 셈이다.
Q: 예술로 먹고 사는 일이 힘들 텐데 안정적인 수입이 생기기 시작한 것은 언제쯤부터인가?
A: 남들은 돈이 많은 줄 아는데, 사실 수입이 제대로 생기기 시작한 것도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3년 정도 걸렸던 것 같다. 이창조 작가의 개인전 이후 조금씩 일이 풀렸다. 그리고 공공프로젝트 수주도 점점 많아지고.
Q: 개인적으로 사업과 예술을 병행하면서 얻은 것과 잃은 것이 있다면?
A: 얻은 것은 개인 브랜드와 도시 재생에 대한 자신감이다.(참고: 인천 중구 지역, 특히 이 곳 일대는 오래된 구도심으로 늘 인천 쪽 도시재생 논의의 핵심지역 중 하나다)
그에 비해 잃은 것은 그 기간 동안 실상 자신의 개인전시는 한 번도 못했다는 것이다. 원래는 자신의 작품활동을 위해 사업을 시작한 건데도 말이다.
(잇다 스페이스로 들어가는 좁은 옛골목 공간)
Q: 목공 쪽을 꿈꾸는 진입 희망자가 요즘 꽤 많다. 마치 트렌드처럼 목공 쪽의 관심이 번지고 있는데, 이쪽이 전망은 있는 건가? 그리고 시작하려는 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일단 현실과 이상은 많이 다르다. 시작을 해보고 싶은 이들이 있다면 우선은 취미로 시작해 볼 것을 권한다. 다만, 디자인이나 컴퓨터 관련 쪽의 자기 영역을 가지고 있어서 함께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괜찮다. 그들은 장점이 있다. 또 처음 배울 때 잘 하는 사람에게 꼭 배울 것을 권하고 싶다.
Q: 예술로서 생업을 이어가는 것에 난관이 있다면?
A: 예술분야도 학교에서부터 배울 때 생업에 대한 개념을 같이 배우는 것이 필요하다. 마케팅, 세무 등도 모두 결국 살아가면서 배워야 한다. 그런데 이런 부분이 없어 아쉽다.
개인적으로 머리로 하는 목공이란 것을 교육 때도 강조하는 편이다. 목공은 단순히 몸으로만 하는 작업이 아니다
Q: 마지막으로 혹시 지금 일과 관련해 꿈꾸는 미래가 있다면 어떤 것인지?
A: 언젠가 목공을 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 일하는 우드 빌리지란 곳은 만들고 운영해 보고 싶다. 누구든 목공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찾아올 수 있는 곳, 그런 곳이 내가 목공과 관련해 꿈꾸는 종착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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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공이란 영역을 통해 예술과 사업의 어느 경계선을 오가며 삶을 영위하고, 또 한편으로는 도시재생, 전시 문화공간 등을 통해 사회적 가치까지 창출하는 정희석 작가와의 만남은 또 새로운 시야를 갖게 해주었다. 어느 시대든 다양성이 존중받는 것이야말로 자유로움의 척도가 아니겠는가. 예술을 통한 1인 기업이 더 많이 나와 개인의 자유뿐 아니라 문화적, 직업적 자유가 좀 더 선순환 되는 세상을 꿈꿔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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