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것과 안다고 믿는 것, 혹은 찾으면 된다는 생각에 대해
젊은 친구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진행하다 간혹 아쉬운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어휘력이 많이 약해졌고, 거칠어졌습니다. 이런 생각들은 책을 너무 읽지 않는다는 느낌으로 곧잘 이어지곤 합니다.
하기야 이 일이 젊은이들만의 문제는 아니지요. ‘책을 읽는다’는 것은 이제 우리 시대에 자주 보기 힘든 좀 특별한 취향이 되고 말았으니까요.
누군가는 그런 말을 합니다. 이제 예전처럼 애써 외우고 고민할 필요가 없다고...이제는 뭐든 검색해서 찾기만 하면 되니 시간낭비가 아니냐는 것이죠. 과연 그럴까요?
일단 먼저 얘기를 해봐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건 ‘안다’는 것의 의미지요. ‘안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사람마다 생각의 차이는 있을 수 있겠지만 저는,
‘안다’는 것은 무엇 무엇을 이해할 뿐만 아니라 그것으로 자신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어야 ‘아는 것’이라 믿는 사람입니다. 앎은 지식의 차원을 넘어 실천이어야 의미가 있다는 말입니다.
‘안다’는 것을 주장하려면 최소한 어떤 내용과 맥락이 기본적으로 내 머릿속에 있어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나아가 그것이 생활 속의 어떤 장면들과 만났을 때 아는 것이 실제 내 생활의 한 부분으로 녹아들어야 ‘아는 것’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합니다. 만약 누군가 “나도 아는데...”, “나도 해봤는데...” 등을 얘기하면서도 정작 자신의 삶은 변화시키지 못한다면 그건 ‘아는 것’이 아닐 겁니다. 어쩌면 머리로 들어온 지식이 가슴까지 가지 못한 탓일 수도 있겠지만, 아는 것으로 착각하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필요한 것을 머릿속에 넣고 있어도 삶의 긍정적 변화는 만만치 않은데, 만약 내가 안다고 믿지만, 그것이 그저 필요할 때 잠시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 알아보는 정도의 지식이라면...그 ‘앎’은 얼마나 도움이 될까요? 거기다 최근 인터넷의 문제는 정보의 부족이 아니라 ‘제대로 된’ 정보를 가려내는 것이 더 중요한 시대가 됐습니다. 이럴 때 그 정보들의 가치를 기본적 지식 없이 얼마나 제대로 분별해 낼 수 있을까요?
안다는 것은 그것을 기반으로 생각의 발전을 가져오기도 합니다. 사고의 확장이겠지요. 문제는 요즘의 지식들이 너무 표피적으로 반응하는 사람들 탓에 지식마저 스낵컬처의 문화(잠시 맛보다 잊어버리는) 속에 묻혀가는 느낌입니다. 청년층들과 컨설팅을 하다 보면 빠르고 감각적이긴 한데 깊은 사고를 보기는 흔치 않습니다. 아마 이런 환경 탓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나는 고리타분한 사람인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제 아이들에게 단 하나의 습관을 남겨주고 싶다면 그건 ‘책을 읽는 습관’입니다. 책은 읽는 동안 스스로 생각할 여유를 줍니다. 독서는 살아가면서 모든 것에서 부족한 인간이 자신을 스스로 돌아보고, 개선해 갈 수 있는 바탕이 되어주는 이제는 드물기까지 한 미덕을 가진 도구입니다.
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한 출판사 대표님의 말씀이 지금도 귀에 선명하게 남아 있습니다.
“대한민국 출판시장의 문제점이 뭔지 아세요? 그건 책을 그만 읽어도 될 사람들은 계속 책을 읽고, 정작 책을 읽어야 할 필요가 있는 사람들은 전혀 책을 읽지 않는다는 겁니다.”
우리는 도대체 어떤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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