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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영의 뷰포인트

술이 만드는 인간관계

by 사람과 직업연구소 2013. 11.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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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를 피우지 않는 내게 술은 꽤 오랜 친구고, 스트레스 해소를 도와주는(?) 도구였다.

 

선친께서 워낙에 술을 좋아하셨던 탓에 대학 1학년 때도 술을 안마시며 버티다가 결국 선배들의 강권에 못 이겨 마시게 된 첫 술자리에서 최후의 2명에 들어가는 기록 아닌 기록을 남긴 이후 나는 술을 꽤 자주 마셨다.

기쁠 때도 마시고, 안 좋은 일이 있을 때도 마셨다. 직장인이 되고 나서, 혹은 자영업 등을 하며 나름 바람처럼 살던 시절에는 더욱 마셨다.

그러다 언제부턴가 내게 술을 줄여야 한다는 생각이 싹 텄다. 무엇보다 나를 괴롭힌 건 ‘안 좋은 기분이 들 때’ 마시는 술이었다.

힘드니까, 열 받으니까, 혹은 스트레스로 술은 마시는데 이럴 경우 해결은커녕 문제가 더 심각하게 다음 날 다가오는 것이었다. ‘차라리 술 먹고 투덜거리는 시간에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했더라면’ 하는 생각을 꽤 자주 했던 것 같다.

그 후부터는 좋은 날, 혹은 편하고 소소한 즐거움의 하나로 술을 마신다.

 

 

 

 

직장인들에게 술은 여전히 풀지 못할 숙제다. 영업을 위해 업무의 연장으로 마시고, 직원 간의 화합을 도모하기 위해 마시고, 회사에서 열 받는 일이 있어도 마신다.

특히, 후자들의 경우, 그러니까 사람관계에서 오는 불편함 때문에 술을 마시는 경우를 보면 한편의 희극을 보는 듯하다.

 

술로 달구어진 분위기는 늘 절망만 품고 사는 사람만 아니라면 대개의 경우 사람을 너그럽게 만든다. 좋게 보게 하고, 모든 것을 포용할 듯이 좋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술 마시고, 춤추고, 화합(?)하고.....

그러나 술이 깬 다음 날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일상으로 돌아간다. 여전히 갈등은 남고,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채, 몸까지 괴롭기만 하다.

어제의 유쾌한 기억이 스물스물 불편해지기까지 한다. 특히 요즘 젊은 직원들은 이런 분위기에 대해 조금은 냉소적인 시각까지 가지고 있는 듯하다.

여전히 상사들 중에는 ‘함께 술 한 잔 마시면’ 문제가 더 쉽게 풀릴 것으로 믿는 분들이 많다. 정말 그럴까? 이런 확인되지 않은 미신 같은 관념들이 의외로 직장에선 많다. 마치 오래 회사에 남아 있으면 일을 잘하는 사람으로 생각하는 것 같이 말이다.

 

술에 관한 한 최고의 명언은 ‘과유불급(過猶不及)’이란 말이 아닐까 싶다. 과한 것은 모자람만 못하다. 적당히 좋을 때 마셔야 한다. 함께 좋은 기분으로 편하게 얘기를 나누는 것이 더 좋은 인간관계로 가는 지름길이다. 사람마다 술을 대하는 태도는 다르겠지만 내가 보는 관점에선 그게 정석이고 술을 대하는 좋은 태도가 아닐까 싶다.

 

술은 사람을 속인다. 나도 타인도...

좋지 않은 관계도 알콜로 무마된 세상에선 서로 용서가 되고 이해가 된다. 하지만 나빴던 관계는 술이 깬 이후에도 여전히 나쁘다. 한순간의 과음으로 인한 행태가 술로 인해 무마되는 인간관계로 오해받는 것은 그저 술을 좋아하는 상사의 바램일 뿐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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