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 ‘면접의 신’, 예능에서도 배울 것은 있다
우연히 가족과 함께 TV를 돌리다 무한도전의 ‘면접의 신’ 재방송을 보게 됐다. 미리 밝히지만 나는 무한도전을 자주 보는 사람이 아니다. 워낙 오래된 장수프로그램이니 그들의 캐릭터야 대강 들었지만 세세히는 모른다.
아마도 ‘이 시대의 취준생들이 얼마나 고생하는지 한번 공감해보자’는 취지에서 만들었음직한 이 프로그램은 재미있지만, 역시 예능이 주는 한계는 분명해 보였다. 방송에서 평균 나이 40대에 가까운 유명 연예인들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면접이 얼마나 실제 면접과 같을지는 여러분의 상상에 맡기겠다. 하긴, 현실처럼 너무 진지하고 재미없고 살벌하기만 한 무한도전이라면 누가 볼까...
그러나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눈여겨 볼 만 한 것들이 들어왔다.
한번쯤은 면접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참고해야 할 것들, 여기서는 어떤 대답이 훌륭하고 식의 세부적인 이야기는 말하지 않겠다. 전체를 보며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으로서 든 몇 가지 생각만 옮겨본다.
첫째,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각 회사를 돌며 드러나는 회사와 피면접자들 간의 코드 차이였다. 왜 매번 비슷한 성향을 보이는데 누군가는 A회사에 잘 맞고, 또 어떤 이는 B회사에 잘 맞을까를 양세형과 조세호, 이 두 사람이 잘 보여준 셈이다.
아마도 첫 회사였던 넥슨에서는 양세형의 엉뚱한 아이디어 발산과 함께 오히려 회사를 배려하는 듯한 진지한 접근이 아이디어와 팀워크를 중시하는 회사의 코드와 잘 맞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포지션이 게임기획자였으니 더 그랬을 것이다.
그에 비해 해태제과에서의 면접은 마케팅, 아무래도 오래된 회사에 마케팅이 기본적으로는 영업과 관련이 있다 보니 적극적이고 자기 PR에 열심이었던 조세호가 더 부각이 됐던 것 같다.
그러니 지금 몇몇 회사에서 처참하게 떨어졌다고 비관하는 분들이 있다면 기운내시기 바란다.
어느 회사든 몇 개쯤은 나라는 사람과 코드가 맞는 회사가 있다.
물론 그 전에 지원직무가 자신에게 잘 맞아야 한다는 것은 기본이지만....
둘째, 유재석의 경우, 두 번째 면접회사였던 배달의 민족(실제 회사 이름은 우아한 형제들이다)에서 보여준 모습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물론 우리 시대 최고의 거물 연예인이 그런 면접에서 긴장할 리는 없지만 그가 보이는 편안한 모습은 사실 모든 면접이 지향해야 하는 바가 아닐까 싶다. 그럴 때 당사자들의 참 모습이 나오고, 회사도 최대한 지원자의 진실한 속내를 들여다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 편안한 분위기 탓인지 유재석은 “어떤 지역이 배달음식을 가장 많이 시킬 것 같은가?” 혹은 “어떤 음식이 가장 주문이 많을 것 같나?” 등의 질문을 비교적 잘 추론하며 받아 넘기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적 정서에서 편안한 면접이란 것이 얼마나 가능할까?(사진출처: 픽사베이)
편안한 모습, 이게 제일 어렵다.
모두가 알고 있지만 실제 면접자들에겐 절실할수록 주눅들 수밖에 없는 것이 면접이니까. 실제 면접은 훨씬 살벌한 경우가 많다고 보면 된다. 그래서 프로그램에 나온 면접관의 말처럼 ‘자신감’이 합격에 더 중요한 미덕이 되는 셈이다.
끝으로, 내가 보았던 재미있는 모습은 대부분의 지원자들이 역시 자신의 생각과 자신의 방식으로 우선 접근한다는 것이었다.
잠깐 방영되었던 자기소개서 부분도 그들의 학교 졸업시절 유행했던(그러나 그 시대에도 인정받기는 힘들었을) 멘트들이었다. 지원자들의 어필하고자 한 부분 역시 기업의 입장에서는,
‘도대체 그게 우리 회사와 무슨 관계가 있는데?’
라고 묻고 싶을 정도로 개인의 불필요한 주장에 가까운 것들이 많아 보였다.
면접관의 입장에서 본다면? 이것이 핵심이다
이 부분을 의식했던 건지는 모르지만 박명수가 스스로 그런 말을 하는 장면이 나왔던 것 같다. “나 같은 지원자 안 뽑는다”고...^^
예능은 예능이고, 현실은 현실이다. 재미있게 본 것은 본 것이고, 또 우리는 현실 속을 살아야 한다. 무한도전 면접의 신은 재미를 동반한 작은 배움 정도로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아, 마무리하기 전에 정말로 멋있었던 문구 하나를 배달의 민족 part에서 본 것 같아 올린다.
“평생직업은 없다. 최고가 되어 떠나라.”
이거 재미있다. 회사의 자신감과 마인드가 엿보이고 한편으로는 요즘 시대의 현실을 보는 것 같아서....물론 이 회사에 대한 평가는 각자 개인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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