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을 보고
우연한 인연으로 뵙게 된 분의 원작으로 만들어진 뮤지컬,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
꽤 오랜만에 낯선 이름의 뮤지컬을 보러 갔다.
국립극장 하늘극장, 처음 와본 무대인데, 마치 고대 그리스의 원형극장이 이랬을까 싶다.
원형의 무대 위에서 나이를 잊고 뛰어노는 4명의 할머니들이 노래를 부르며 시공간을 왔다갔다 한다.
익숙한 사투리 속에 각자의 사연들이 한 번쯤 우리 주변에서 본 듯도 한데, 정작 알 수 없는 건 나랑은 별 관계가 없는데도 눈시울이 수시로 뜨끈해진다.
살다 보니 가슴 아픈 사연 한 둘쯤 간직하지 않은 사람이 없다. 그 동질감이 주는 것인지도 모르지만, 내 어머니가 살았을 시절의 아픔이 순간순간 내 마음을 건드렸나 보다.
그런 생각을 했더랬다. 그 시대가 그러했다는 이유만으로 내 부모님이 겪었던 그 아픔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야 할까?
슬쩍 돌아보니 아내도 눈가가 빨개져 있다. 이 와중에 또 웃겨주는 포인트들이 수시로 나와 사람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한다.
어쩌면 저 할매들의 디폴트 값은 ‘슬픔을 승화하는 유쾌함’인지도 모르겠다.
‘아, 그래. 내가 뮤지컬을 마지막으로 본 게 언제였지?’란 생각이 들어 반추해보니, 내 기억 속 마지막 뮤지컬은 전설의 ‘지하철 1호선’이다. 하~ 시간 참 많이도 지났다 싶은데...
생각해보니, 시간보다 더 무서운 건 내가 ‘꽤 좋아한다’고 했던 뮤지컬을 그렇게나 오래 외면하고 살았다는 것이었다.
이런저런 상념들이 오가는 중에 무대가 끝났다. 꽤 마음에 든 무대였던지라 원작자, 배우들과의 대화도 잠시 지켜보기로 했다.
배우들이 직접 칠곡 현지까지 찾아가 원작 속의 인물들과 호흡하며 수업까지 들었다는 말이 또 와 닿는다. 내가 하는 일에 그 정도까지 에너지를 내 본 것은 또 언제였나....
부모님과 함께 보면 좋을 뮤지컬이란 말이 잘 어울린다. '어머니 몸이 좋으셨으면 즐거워 하셨겠다'라는 부질없는 생각도 해봤다.
함께 온 가족들의 모습이 보기 좋았다. 50대 부부의 입장에서도 나쁘지 않은 시간이었다. 많은 향수와 미묘한 감정의 선을 건드리는 것들이 있다. 그 와중에도 재미있고 노래나 음악마저 생동감 넘치니 일석삼조인 셈이다.
아무래도 조금 더 삶에 가벼운 공기를 부여해야 할까 보다. 너무 잊고 산 다른 공간의 공기가 모처럼 그리워진 하루였다.
p.s) 혹시 관심 있으실 분들을 위해 공연 안내 링크 하나 남깁니다.
https://www.ntok.go.kr/kr/Ticket/Performance/Details?performanceId=266894
'여행, 짧은 경험과 단상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행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소중한 것들 (0) | 2024.01.02 |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