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도영의 뷰포인트

내 남은 날 중 가장 젊은 날

by 사람과 직업연구소 2012. 7. 10.
반응형

어느 새 나도 평범한 직장인이 되어 가는 모습을 종종 본다.

 

아침 출근 차창에 비친 모습은 피곤해 보인다. 저녁의 퇴근 무렵은 말할 것도 없다.

한 지인이 나를 보고 목요일 오후 4라는 표현을 썼다. 직장인들이 가장 힘들어 할 때의 모습일테니 일견 재미있지만, 한편으로는 부끄러운 노릇이다.

 

나이가 40하고도 중반으로 들어섰다. 이때쯤이면 저절로 지나온 날과 남은 날들을 한번쯤 곁눈질하게 된다. 그런데 나는 성격의 특성상 미래 쪽을 훨씬 많이 보는 것 같다. 그런데 적당히 미래를 바라보는 것은 좋지만 늘 생각이 흘러흘러 앞으로의 걱정에 가 닿으면 문제가 생긴다. 무엇보다 현실에 집중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당장의 눈앞의 걸음을 착실하게 옮겨야 할 텐데 마음이 먼저 미래에 달려가 있으니 정신과 육체의 분리 상태가 된다. 한마디로 집중력 결여가 되는 것이다.

거기다 다시 현실로 붙잡혀 돌아온 나는 늘 언제나 나는 저 곳에 가게 되나?’는 막막함에 시달리곤 한다. 이런 막막함은 현재를 불만스럽게 하고, 나를 피곤하게 만든다. 산을 오르며 정상만 바라보며 힘들어 하는 꼴이다.

 

그러다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왜 이렇게 나는 지금 현재, 오늘을 힘들게 살지?’, ‘정말 이렇게밖엔 살 수 없는 걸까?’

 

 

 

생각해보면 오늘만큼 귀중한 날은 없다. 내 남은 날들 중에 가장 젊은 날, 가장 눈부신 날은 바로 오늘이 아니겠는가? 우리는 그런 면에서 날마다 축복 같은 하루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인간이 아이러니 하다는 것은 의외로 이런 오늘의 기쁨을 아는 이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누군가는 미래에 빠져 살고, 또 다른 이는 과거의 늪에 허우적거린다. 그들에게는 오늘의 아름다움이 쉬이 보이지 않는다.

 

사람은 같은 세상에 사는 존재가 아니다. 각자가 만든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다. 때로 사람과 사람 사이가 그토록 먼 이유는 그들이 사는 세상이 완전히다른 세상이기 때문이다. 과거에 사는 사람, 미래에 사는 사람, 현재에 사는 사람이 같은 공간에 있다 하여, 같은 세상을 공유한다고 보는 것은 어리석은 생각이다.

어쩌면 젊음의 특징은 오늘에 매혹되어 살아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들은 아직 젊기에 살아갈 날에 대한 우려보다 현재의 기쁨에 집중한다. 때로 이것이 과도한 경우에 자신을 방치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현재에 집중하는 삶이 나쁘다고 보기는 어렵다.

달리 말하면 현재, 오늘에 집중하는 삶은 젊은 삶이다. 흔히 나이가 들면 옛날이야기를 많이 하게 된다. 나는 아직은 미래를 많이 이야기한다. 그러나 이제는 의도적으로라도 내 삶을 현재로 되돌리고 싶다. 미래는 아주 가끔 보는 것이 좋다. 대개는 현재에 집중하는 것이 더 좋다는 얘기다. 지금 눈앞의 사람, 지금 내 주변의 풍경, 지금 흘러나오는 음악...그것들이 나를 좀 더 생동감 있게,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내 남은 날들 중, 가장 젊은 날의 하루, 바로 오늘. 적어도 우리는 지금보단 더 밝은 모습으로 하루를 맞이해야 하는 것이 삶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