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세 아내의 면접과정을 보며
며칠 전 49세인 아내가 면접을 봤습니다.
실은 가능성이 높지 않아 제가 지원을 말렸던 면접이었습니다.
아내는 6년째 공공영역에서 계약직으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 한 직장도 아니고 여러 곳을 떠돌았지요.
자의가 아닙니다. 아시다시피 공공영역의 계약직, 흔히 기간제라고 불리는 이 일자리는 만 2년을 채워주지 않습니다.
2년에 걸쳐 다녀도, 한 해는 최소한 퇴직금과 제대로 된 휴가 적용을 받지 못합니다.
보통의 진행이라면 매번 입직 후 두 번째 크리스마스 이브에 아내는 그동안 일했던 기관을 떠납니다.
아내의 소원 중 하나는 기간제의 딱지를 떼는 것입니다. 실은 그동안 일을 오래 했으니 웬만한 기관의 어설픈 정직원보다 일을 더 많이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바뀌지 않는 게 있지요. 늘 최저임금이라는 마지노선에 걸려 있는 급여와 기간제라는 위상입니다.
처음에 일을 가질 때 그 기쁨은 너무도 감사한 것이었지만 아무리 굴려도 제 자리인 다람쥐 쳇바퀴 같은 느낌은 어쩔 수 없이 힘들었나 봅니다.
얼마 전 한 기관에서 같은 분야의 정규직을 뽑는 공고가 떴습니다. 공공기관이 아니라도 기회가 닿는다면 꾸준히 한 곳에서 일을 하고 싶었던 아내는 지원의사를 밝혔습니다. 그런데 포지션이 초급 관리자였습니다.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은 ‘받아줄까?’였습니다. 49세 여성, 그것도 쭉 공공영역의 기간제로만 다녔던 이를 그 기관은 어떻게 볼까?, 직급이 높지 않은데 그 상사는 몇 살일까? 등등 고민이 겹치며 이 지원이 과연 의미가 있나 싶었습니다.
몇 가지 현재 걸린 일들과 여러 가지 잡다한 정황을 고려해보면 논리적 판단은 ‘그냥 패스해야 하는 게 아닌가?’라는 쪽이었습니다.
이미 몇 번이나 거듭해 고배를 마시며 아내가 힘들어 했던 시간까지도 기억이 나더군요.
그런데 아내는 저보다 용감했습니다. 떨어질 때 떨어지더라도 기회가 왔을 때 지원조차 하지 않는 것은 마음에 들지 않았나 봅니다.
그날 오전에 일을 하러 가기 전에 아내를 면접장까지 운전해 배웅했습니다. 가면서 속으로 오랜만에 기도를 했습니다. ‘제가 틀렸으면 좋겠습니다.’라구요. ‘붙으면 감사하겠지만 떨어져도 아내가 그 일로 마음의 상처로 남지 않기’를 빌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부질없는 걱정입니다. 아내는 면접을 본 후 오늘도 씩씩하게 일을 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여러 가지 불리한 정황에도 면접을 보러 간 것 그 자체만으로 합격여부를 떠나 아내의 도전은
‘의미가 있었고 성공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50을 목전에 둔 그녀의 용기에 ‘직업을 대하는 태도, 삶을 대하는 태도’를 다시 배우는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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