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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취업과 창업

49세 아내의 면접과정을 보며

by 정도영 2021. 10.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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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세 아내의 면접과정을 보며

 

 

며칠 전 49세인 아내가 면접을 봤습니다.

실은 가능성이 높지 않아 제가 지원을 말렸던 면접이었습니다.

아내는 6년째 공공영역에서 계약직으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 한 직장도 아니고 여러 곳을 떠돌았지요.

 

자의가 아닙니다. 아시다시피 공공영역의 계약직, 흔히 기간제라고 불리는 이 일자리는 만 2년을 채워주지 않습니다.

2년에 걸쳐 다녀도, 한 해는 최소한 퇴직금과 제대로 된 휴가 적용을 받지 못합니다.

보통의 진행이라면 매번 입직 후 두 번째 크리스마스 이브에 아내는 그동안 일했던 기관을 떠납니다.

 

아내의 소원 중 하나는 기간제의 딱지를 떼는 것입니다. 실은 그동안 일을 오래 했으니 웬만한 기관의 어설픈 정직원보다 일을 더 많이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바뀌지 않는 게 있지요. 늘 최저임금이라는 마지노선에 걸려 있는 급여와 기간제라는 위상입니다.

 

처음에 일을 가질 때 그 기쁨은 너무도 감사한 것이었지만 아무리 굴려도 제 자리인 다람쥐 쳇바퀴 같은 느낌은 어쩔 수 없이 힘들었나 봅니다.

 

얼마 전 한 기관에서 같은 분야의 정규직을 뽑는 공고가 떴습니다. 공공기관이 아니라도 기회가 닿는다면 꾸준히 한 곳에서 일을 하고 싶었던 아내는 지원의사를 밝혔습니다. 그런데 포지션이 초급 관리자였습니다.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은 받아줄까?’였습니다. 49세 여성, 그것도 쭉 공공영역의 기간제로만 다녔던 이를 그 기관은 어떻게 볼까?, 직급이 높지 않은데 그 상사는 몇 살일까? 등등 고민이 겹치며 이 지원이 과연 의미가 있나 싶었습니다.

몇 가지 현재 걸린 일들과 여러 가지 잡다한 정황을 고려해보면 논리적 판단은 그냥 패스해야 하는 게 아닌가?’라는 쪽이었습니다.

이미 몇 번이나 거듭해 고배를 마시며 아내가 힘들어 했던 시간까지도 기억이 나더군요.

그런데 아내는 저보다 용감했습니다. 떨어질 때 떨어지더라도 기회가 왔을 때 지원조차 하지 않는 것은 마음에 들지 않았나 봅니다.

 

직업시장에서 만15년을 일하고 배운 것은 '더 많이 움직이는 사람이 이긴다'는 것입니다

 

그날 오전에 일을 하러 가기 전에 아내를 면접장까지 운전해 배웅했습니다. 가면서 속으로 오랜만에 기도를 했습니다. ‘제가 틀렸으면 좋겠습니다.’라구요. ‘붙으면 감사하겠지만 떨어져도 아내가 그 일로 마음의 상처로 남지 않기를 빌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부질없는 걱정입니다. 아내는 면접을 본 후 오늘도 씩씩하게 일을 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여러 가지 불리한 정황에도 면접을 보러 간 것 그 자체만으로 합격여부를 떠나 아내의 도전은
‘의미가 있었고 성공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50을 목전에 둔 그녀의 용기에 직업을 대하는 태도, 삶을 대하는 태도를 다시 배우는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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