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기업 창업, 11년의 생존기
며칠 전 '사람과 직업연구소'를 창업한지 만 11년이 지났다. 그러니까 나는 2014년 8월 1일, 사실상 1인기업을 시작했다.
정확히 말하면 1인기업의 꿈을 실현해 보겠다는 생각은 2013년 공공기관을 퇴직하면서 시작됐다.
그 후 1년 간 시장분위기 파악을 위해 민간 전직지원업체에서 1년을 일한 후 바로 독립을 했다.
“왜 나가느냐?”는 대표의 말에 내가 했던 말이 기억난다.
“내년이면 무서워서 못 나갈 것 같아서...”
그랬다. 그 두려운 시간의 첫걸음을 내디딘 지 벌써 만 11년이 지난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그리고 놀랍게도 아무런 보장도 기약도 없던 내 시작은 11년 간의 생존이란 보답으로 돌아왔다.
더 감사한 것은 힘들지만 나는 여전히 내 일이 좋다는 것이다.
솔직히 첫해부터 나는 운이 좋았다. 당시는 전직지원업체들이 꽤나 일을 많이 하던 시기였고, 주변 지인들이나 내가 거쳐 갔던 곳들에서 알게 모르게 많은 지원을 해줬었다. 그것이 발판이 돼 나는 첫해부터 직장생활 연봉 이상을 벌 수 있었다.
감사하게도 늘 최악을 가정하고 움직였지만 대체로 결과는 무난하게 좋은 방향으로 흘렀고, 그 시간 속에서 ‘아, 나는 혼자서도 살아낼 수 있구나’란 자신감도 갖게 됐다.
물론 그 이면에는 사람들의 호의와 독립하기 전 만 9년의 시간을 현장에서 일한 것들이 거름이 돼 주었다.
위기도 있었다. 어느 정부 때는 아예 ‘구조조정 자체를 못하게 해서’ 취업지원 업무가 대폭 줄기도 했다. 당시는 생애설계 분야의 확대로 대응을 했고 지금은 오히려 두 가지 무기를 쓸 수 있게 됐으니 그 또한 지나고 보면 감사한 일이 됐다.
코로나도 기억난다. 전혀 수입과 일이 없어 등골이 서늘해지던 약 3개월 가까운 시간을 잘 견뎌냈고, 오히려 다른 해보다 더 나은 결과를 만들기도 했다.
해마다, 한 해 한 해 시간이 지나며 늘 마음에 새겨지는 것은 주변 사람들에게 감사한 마음이다. 위에서 ‘내가 혼자서 살아낸다’고 표현했지만 온전히 혼자의 힘으로 설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나 역시 훨씬 많은 부분에서 다른 이들의 도움과 선의로 살아왔다. 아주 일부 나름 치열했던 노력의 영향도 있었으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성과의 대부분은 ‘사람들의 도움’에서 기인한다. 내게 일을 주고, 응원을 해주고, 때론 힘들 때 격려를 해 준 이들, 그리고 어렵고 힘든 시간, 불안속에 일에만 허덕이던 나를 묵묵히 지켜봐 준 가족까지....11년을 살아남은 가장 큰 이유는 온전히 그들의 덕이 대부분이었다.
이제 또 다른 시간들을 만들어 간다. 나는 최근 꽤 다양한 도전을 하고 있다.
유튜브를 시작했고(사람과 직업연구소), AI를 배우고 있으며, 또 다른 책을 쓰기 위한 도전을 하고 있다. 또 다른 미래를 위한 준비인데, 생각보다는 숨이 가쁘다.
잘 해온 시간만큼은 더 잘해 내고 싶은데, 한편으론 나이가 들었으니 젊은 사람들보다 좀 더 노력해야 하는 부담감도 있다. 그래도 여전히 내 삶은 진행형이란 것이 좋다.
아...이렇게 쓰고 보니 대단히 잘살고 있는 것 같은데...솔직히 말하면 매일 끙끙대고, 허덕이는 일상이기도 하다. 한 지인에게 ‘힘들다’고 얘기했더니 ‘10년째 그 하소연을 하냐’며 타박을 받았다. 역시 인생은 잘 되던, 힘들던 고민과 어정쩡함, 혹은 기쁨과 회의 속을 넘나든다.
이렇게 살면서도 은근히 기대하는 것이 있다. 창업 20년의 생존후기를 쓰는 내 모습이 보고 싶다. 용기일지 혹은 과도한 욕심일지 모르나 언젠가 그 순간을 만날 수 있다면 나만은 내가 자랑스러울 것 같아서다.
혹시 아는가? 그런 꿈같은 순간을 정말 만나게 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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