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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관을 말하다

지금 어떻게 일하고 있나요?

by 사람과 직업연구소 2018. 9.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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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의 신뢰가 무너진다는 것

 

 

장면 하나>

 

지난주는 제주도에서 하반기 국세청 생애설계 교육이 있어 내내 서귀포에 체류를 했습니다.

40여 분을 모시고 퇴직 전 생애설계를 겸한 최종 점검 시간을 가졌습니다.

 

[생애설계교육을 진행했던 국세공무원교육원 전경]

 

비행기는 저가항공으로 주로 이동합니다. ~ 교통비용이 나오긴 하지만 억지로 비싼 걸 타려 노력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살짝 겁이 많은 저는 비행기의 이착륙 때 온갖 상상을 다하게 됩니다.

영화를 많이 본 탓일까요? 한 순간에 스러져 버릴 수도 있는 교통수단은 살짝 촌사람에게 필요 이상의 긴장을 주기도 합니다.

그런데, 늘 느끼지만 저가항공사라도 기장님들의 이착륙 기술력은 만만치 않은 듯 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수많은 사람들의 생명이 걸린 일을 하다 보니 집중도는 높을 수밖에 없을 겁니다만 그 불안한 와중에도 정말 감탄이 나올 만큼 부드럽게 착륙합니다.

 

누군가에게 온전히 안전을 맡겨도 좋을 만한 실력입니다. 누군가의 서비스를 받으며 이런 느낌을 느낄 때는 기분이 좋습니다.

 

 

장면 둘>

 

반면 꼭 그렇지 않은 경우도 종종 봅니다.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일에 프라이드를 갖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런 사례를 최근 강원도의 모 호텔에서 겪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 첫 강의라 숙박을 했습니다. 방은 그다지 깨끗해 보이지 않는데 1박에 20만원이나 한다고 적혀 있습니다. 역시 입지의 탓일까요?

그런데 하필 저는 전날부터 감기몸살 기운이 있었습니다. 연속되는 강의에 몸이 말이 아니었지요. 새벽에 잠이 깼는데 꽤 춥습니다.

뜨근한 물에 샤워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샤워기를 돌렸는데 계속 찬물에 가까운 물만 나옵니다. 옷을 벗고 들어갔는데....덜덜 떨며 끙끙대봤지만 나아지지 않습니다.

할 수 없이 새벽 5시 어림이긴 했지만 후론트 데스크에 전화를 했습니다.

~ 그런데 전화를 받지 않습니다. 무려 4~5번을 끊었다 다시 걸고를 반복했지만 반응이 없습니다. 슬슬 화가 납니다.

몸이 안 좋은데, 20만원을 받았을 방에(제가 지불하는 것은 아니지만) 따뜻한 물이 안 나오다니요. 거기에 모텔이 아니라 여관이라도 밤에 전화를 하면 전화는 받습니다. 여기는 호텔인데...이게 무슨 짓인가 싶습니다.

 

옷을 대충 걸치고 새벽에 후론트로 내려갑니다. 데스크엔 사람이 안보여 안쪽을 보고 불렀더니 금방 한 청년이 나옵니다. 멀쩡한 허우대에 거기다 좀 생겼습니다.

전화를 안 받네요?”라고 물었더니, 쿨하게 답합니다. “전화 안 왔는데요?”

따지기 좋아하는 성격은 아닌지라 속을 다독이며 방에 따뜻한 물이 안 나온다 얘기했습니다. 그랬더니 시설팀에 얘기하겠답니다. 급히 처리를 부탁하고 올라가는데...기분이 좀 안 좋습니다. 이유인즉, 당연히 나와야 할 불편을 끼쳐드려 미안합니다.”란 말이 전혀 없는 탓입니다.

참자~’라며 다시 다독이고 방에 왔는데 30여분이 다 되도록 연락이 없습니다.

다시 전화를 했습니다. 얼씨구? 이번에 바로 받습니다.

계속 물이 찬데요. 어떻게 됐나요?” 했더니 시설팀이 뜨거운 물을 틀었답니다.

그러면서 나오는 말이 가관입니다. “어제까지 잘 나왔는데요?”라며 저보고 이상한 사람 취급을 합니다. 열이 확 올라 올라와보라고 했습니다. 직접 확인해보라고...

좀 있으니 와서 확인을 해봅니다. 그런데 자기도 별 방법이 없나봅니다. 계속 물만 틀고 있습니다. 그러더니 다시 한 마디 합니다. “밑에 사우나 가시죠. 거기 OOO분들은 무료시니...”

어이가 없습니다. 결국 한 마디 하게 됩니다.

제 생각엔 후론트의 업무는 숙박고객의 편리를 총괄하는 헤드라고 생각하는데...아닌가요? 최소한 제가 따뜻한 물이 안 나온다면 먼저 사과의 말부터 한번은 하는 게 예의고 그쪽 업무일텐데 얘기를 하고 난 후에도 연락 한 번 안주고, 어제는 나왔는데 왜 그러냐니...이거 좀 심한 거 아닌가요?” 했더니 그제야 고개를 꾸벅하며 죄송합니다라고 합니다.....

 

결국 그 새벽에 사우나를 갔다. 문제를 만들기 싫어 따로 항의는 하지 않았지만 어이가 없는 아침을 보낸 셈에 내내 기분이 언짢았습니다.

 

일은 그 일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일의 가치도, 일하는 사람의 가치도, 그리고 그가 소속된 곳의 가치도 결정을 합니다. 예전 고 구본형 소장의 글에서 봤던 하찮은 일은 없다. 하찮게 일하는 사람만 있을 뿐이다라고 했던 말이 새삼 떠올랐습니다. 모든 일이 가치 있을 순 없으나 돈만을 위해 마음에도 없는 일을 억지로 마지못해 한다면 누가 신뢰할 수 있을까요? 일의 신뢰란 중요합니다. 내가 아니라도 그 젊은 친구는 그 일을 하는 한 누군가에게 또 다른 불만을 접할 것이고 계속 그렇게 행동한다면 일에서 큰 시련을 맞이하게 될 겁니다.

 

문득 스스로를 돌아보게 됩니다. '나는 내 일을 제대로 하고 있는가?' 소소해 보이지만 진지하게 자문해봅니다. 어쩌면 그 젊은 친구는 제게 한번쯤 되새겨 봐야 할 좋은 가르침을 준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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