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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장년, 시니어 컨설팅

그들에게 일할 자유를 허하라

by 정도영 2012. 5.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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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이후의 선택이란 늘 어렵고 힘들다. 한 가지 위안을 하자면 누가 얼마를 벌었건, 얼마나 교육을 받았건 간에 대개 40대 중후반을 지나면서 삶의 내적, 외적 위기를 경험하는 것은 누구나 동일하다.

건강수명은 늘어나고 있는데 직업수명은 오히려 줄고 있다. 누구나 나이가 들면 정년을 맞이하게 된다. 일을 할 수 있는 연령대를 '제대로' 연장하지 않는 한 4050세대가 겪어야 할 시련은 계속될 것이다.

다수의 중의를 모아 대안을 찾아 해결하지 않는다면 현재의 4050뿐 아니라 곧 진입하게 될 30대의 직장인들 역시 같은 문제를 더 심각하게 반복하게 될 지도 모른다. 몇 가지 제도만의 보완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직업선택에 있어 나이에 따른 차별을 없애기 위해 만들었던 구인공고 시 나이제한 폐지는 그 상징적 의미 외에는 지금까지는 그다지 효과적인 방식의 접근이 되지 못했다. 제도는 바꿨지만 사람들의 내적 기준 자체가 변하지 않았기에 중장년 직업시장은 한 동안 어려움이 지속될 것이다.

 

 

 

장유유서(長幼有序)라는 말이 있다. 인륜의 근본을 이야기한다는 오륜의 하나인 이것은 흔히 나이 든 윗사람과 아랫사람에게는 지켜야 할 순서가 있다는 의미이다.

나는 40대 이후의 직업문제를 생각할 때마다 이 단어를 생각한다. 우리사회에 남아 있는 나이 많은 웃어른을 공경해야 하고 우선해야한다는 무의식적인 정서가 40대 이후의 직업현실을 어렵게 하고 있다. 장유유서에 기반 한 제약은 그것을 인정하는 사람이건 혹은 그렇지 않은 사람이건 간에 일을 원하는 중장년의 선택을 사실상 제한하게 만든다.

 

간혹 전철 안에서 벌어지는 싸움을 보면 우리나라 사라들의 나이 중심 사고방식이 얼마나 뿌리 깊이 박혀있는지 절감한다. 전혀 모르는 두 사람이 처음에는 옳고 그름을 따지다가 나중에는 너 몇 살이나 먹었냐?’라며 나이를 가지고 다툰다. 직업시장에서는 나이 든 사람이 부하직원으로 있으면 불편하다는 암묵적 규칙이 존재하고 있다. 고용시장에서 4050세대가 취업을 하는데 가장 고전하는 이유다.

보통 젊은 사람이 이사로 승진하면 새로운 임원보다 연배가 많은 사람들은 흔히 능력 있는 후배를 위해 물러난다. 다른 회사를 들어가려해도 능력보다 그 직장에 있는 기존 상사의 나이가 중요하다. 상사보다 지원자의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서류제출조차 거부당한다. 고용시장의 현실이다.

 

정작 사회에서는 나이 든 분을 공경하고 우대하는 것이 사라져 가면서, 고용을 할 때는 나이 든 사람과 일을 하는 것은 불편하다는 관점을 갖고 있다. 피해를 보는 구직자의 입장은 정말 수용하기가 힘든 현실이다.

 

나는 나이든 사람을 공경하는 이 원칙이 공과 사를 구분해서 적용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개인들의 일상생활과 복지 차원에서 나이 든 이에 대한 우대는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직업적 부분에서 서로가 공적인 자세, 평등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그것만이 애초에 중장년, 혹은 나아가 고령의 구직자들에 대한 직업시장 진입을 활성화하는 방법이다.

회사는 회사대로 나이에 대한 경직된 사고를 풀고, 일을 원하는 중 · 장년 역시 그들이 유연한 사람들임을, 그래서 아직은 얼마든지 일을 할 수 있고 조직에 적응할 수 있는 사람임을 보여주어야 한다.

 

여전히 쉽지 않은 문제이다. 제대로 된 시장의 인식전환까지는 꽤 긴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점점 우리 주변의 이웃들이 나이 들어가고, 나 역시 흰머리가 늘어나는 점을 인식한다면 서로 노력해야 하고, 노력하면 적어도 오늘보다 나아질 내일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나이 든 이들이 원하는 한, 일을 할 수 있는 자유를 허락하는 것. 이것이 나이 든 이들에 대한 진정한 예의이다.(마흔 이후 두려움과 설렘 사이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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