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상담사로 시작한 1인 기업/ 사람과 직업연구소 정도영 소장_셀프 인터뷰
-이 인터뷰는 기존의 인터뷰 항목들을 활용해 셀프 인터뷰를 진행한 것입니다.
요즘 좀 바빴던지라 다른 분들과의 인터뷰 기회가 적었고, 저도 한번 스스로를 정리해 보고 싶었던 차라...
직업상담사나 커리어컨설턴트로 활동하시는 분들은 한번쯤 참고하셔도 좋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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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당신이 하는 일을 독자들을 위해 간략히 설명해 달라
내 경우엔 크게 3가지 일을 하고 있다. 강의를 하고 컨설팅을 하고 글을 쓴다. 다만 그 중심키워드는 직업이다. 그중에서도 전직을 중심으로 한 직업교육과 컨설팅/ 정년을 앞둔 재직자, 혹은 퇴직자의 생애설계/ 그 외 기타 직업관련 교육(경력관리/ 직업관련 동기부여/ 학생층 직업상담, 각종 검사관련 교육) 등이다. 현재로선 전직과 생애설계가 90% 이상이다.
2)왜 1인 기업 창업을 결심하게 되었는가?
본능적인 끌림이란 말이 맞겠다. 처음엔 전망을 보고 한 일이 아니었다. 그냥 ‘하고 싶다’는 끌림이 컸었다. 다만, 나중에 확인해 보니 내 경우 직업가치관이 ‘전문성 추구/ 도전, 성취/ 자율, 독립/ 변화’ 등이 번갈아 가며 나오는데 이걸 보며 1인 기업 창업은 처음부터 내 속에 있던 방향성이었는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너무 묶이지 않고, 스스로 책임질 수 있는, 가볍고 경쾌한 업무 과정이 난 마음에 든다
3)창업 준비에 어느 정도의 시간과 비용을 들였나?
처음부터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하던 일에서 시작을 했으니 10년쯤 걸린 셈이다. 1인 기업은 결국 한 사람이 인생에서 만들어 온 누적경험이 자산이 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보면 사회 진출 후 방황을 했던 시기까지 내겐 준비기간이 되어 준 셈이다. 그런 방황 속에 숱한 직업 경험을 할 수 있었고 덕분에 흔치 않게 창업까지도 컨설팅을 진행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람들 중의 하나가 된 셈이다(단, 내 경우 창업컨설팅이나 교육은 ‘1인 기업이나 창직’과 ‘생계형 자영업’에 한한다)
4)혹시 일을 시작할 때 기댈 곳이 있었나?(배우자의 수입이나 기타 수입, 혹은 일을 줄만한 곳)
내가 일했던 곳과의 신뢰 정도가 전부였다. 최소한의 강의는 받을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했는데 이게 기반이 되어주었다. 그 경력들이 처음 기회를 만들고, 그 결과들이 점점 확장되어 안정적인 거래처들이 생긴 셈이다.
5)안정적인 수입이 생기기 시작한 것은 창업 후 얼마 만인가?
용케도 첫해부터 정규직 때의 급여보다 높은 성과가 났다. 도와주는 분들이 많았으니까. 하지만 오해는 없으셨으면 한다. 나는 굉장히 운이 좋은 케이스였다. 독립 후 3년간 꽤 빠른 성장을 했다. 어느 순간부터는 너무 바빠졌는데 그 과정을 지나며 ‘아, 이 일로도 충분히 먹고 살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흔히 말하는 ‘궤도에 오른’ 셈이다.
내가 일하는 분야가 이른바 하이에나 산업이다. 경기가 어려울 때 더 일이 많다는 얘기다. 저성장과 고용불안이 지속되는 한, 일이 없을 것 같지는 않다. 그렇다고 그걸 바란다는 말은 아니니 오해 없으시길 바란다. 경기가 좋으면 좋은 대로 재취업보다는 긍정적인 측면에 초점이 맞춰진 생애설계 같은 교육도 늘어나므로 내 일은 경기를 좀 덜 타는 분야라 봐야 한다. 오히려 정책적인 부분에 영향을 더 많이 받는 것 같다.
6)당신의 1인 기업이 궤도를 탈 수 있었던 결정적 원인이 있었다면 무엇인가?
사람이고 관계다. 재취업도 창업도 사람이 결국 성공의 열쇠가 된다. 단순히 아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그들과 어떻게 관계를 맺고 신뢰를 줄 수 있느냐, 곧 어떤 평판을 가지고 있느냐가 사람과 관계의 핵심 포인트가 된다.
나는 사실 시작부터 큰 어려움 없이 연착륙을 한 셈이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이런 케이스는 흔한 것이 아니다. 10년 가까이 일했던 분야에서 쌓인 평판과 그분들과의 인연이 없었다면 한참 동안 바닥을 다지는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 기간을 견디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많은 분들이 이 시기를 견디지 못하고 그만두는 것을 감안하면 나는 정말 운이 좋았던 셈이다.
7)1인 기업 운영에서 얻은 것과 잃은 것은 무엇인가?
이게 좀 재미있다. 얻은 것은 대부분의 1인 기업들이 자유롭게 일하는 거라 하는데...‘나는 꼭 그런가?’라고 자문해보면 자신이 없다. 바쁠 때는 별로 자유롭다는 기분을 느끼기 힘들기 때문이다. 물론 욕심을 내려놓을 수 있다면 자유로워질 수는 있다. 하지만 독립 때부터 사실상 외벌이 가장이었기에 자유는 그림의 떡이었던 것 같다.
내겐 무엇보다 누군가의 통제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 내 스스로 하는 만큼, 내가 결과를 책임진다는 부분이 마음에 든다. 강의와 컨설팅이 지식기반의 분야라 끊임없이 공부하고 실험하는 것도 좋다. 그 외에도 얻은 것이 꽤 많은 편이다.
잃은 것은...정신적인 피로도가 높은 편이라 특히 초기에는 일에만 매달리게 된다. 그러다보니 건강이 좀 나빠졌다. 가장 큰 걸 잃은 셈인가? 그래서 요즘은 정말 신경 많이 쓰고 있다.
개인적으로 그 외엔 특별히 잃은 것이 없는 것 같다.
8)가장 힘들었던 기억을 들려달라면 어떤 이야기가 있는지?
말도 안 되는 강의 환경에서 강의를 한 기억도 있고, 때로 업체의 무리한 요구나 대우를 받았을 때 등 여러 가지 기억이 있지만 가장 힘들었던 것은 솔직히 ‘첫 출발’이었다.
40대 중반에 나는 공공기관을 떠날 결심을 했는데, 어떤 이유로든 우리 시대에 ‘안정적’이라고 불리는 조직을 자발적으로 떠나는 것은 상당한 고뇌와 에너지 소모를 수반하는 것 같다. 그 끈끈한 안정감이란 인력(引力)을 끊어내는 것이 너무 힘들었었다.
장미여관의 ‘퇴근하겠습니다’란 제목의 노래에 이런 가사 부분이 나온다.
“나 혼자 행복하게 살겠다고 그만둔다 말했네~” 딱 그 심정을 느끼며 갈등해야 했고, 그 부분을 이겨내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
9)일상에서 스트레스나 피로를 극복하는 재충전 노하우가 있는지?
좀 단순한 것 같지만,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것은 산책이다. 집 인근에 생태공원이 있어 자주 가는데 한 바퀴를 돌면 한 시간 반쯤 걸린다. 그 사이에 가지고 간 고민들이 있으면 대부분 해결되는 경험을 했다. 거기다 잘 안 풀리는 강의관련 문제도 해결책을 들고 오게 된다.
그 외엔 가끔 여행을 가는 것을 즐긴다. 가장이다 보니 혼자는 어렵지만, 매년 초엔 혼자서 그 해의 업무 구상을 위해 혼자만의 시간을 3일 정도 갖기도 한다.
아, 최근 낮잠의 위력도 실감하고 있다. 매번 할 수는 없지만 틈이 생기면 조금이라도 낮잠을 자두려 노력한다. 잠깐이라도 눈을 붙인 후 깨어나면 웬만한 일은 다 해낼 것 같은 기분이 든다.
10)일이 없는 날엔 주로 어떤 활동들을 하는가?
교육이나 컨설팅을 뒷받침하는 준비시간이 대부분이다. 나머지 더 여유가 있다면 재충전을 위해 쓴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준비시간과 재충전 시간은 중요하다. 이 부분을 잘 챙기지 못하면 실제 일하는 시간에 ‘티’가 난다.
천만다행인 것은 나는 이 준비시간이 재미있다. 재충전은 개인적으로 연구하고 있는 분야이기도 해서 더 나은 방법과 효과를 찾고 있는데 역시 흥미롭다. 다만, 일상에서 약한 부분이 있어 ‘노는 것’은 나도 좀 더 배우고 연구해야 한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노는 법을 잊는 경향이 생겼다면 오버일까?
아, 그리고 1인 기업은 가족과 함께 있는 시간도 잘 관리해야 한다. 이거 잘못하면 꽤 힘든 1인 기업이 될 수도 있다. 일단 기본적으로 6시 이후는 업무관련 활동은 하지 않고 가족에 집중하려 한다.
11)혹시 당신이 생각하는 전망 있는 1인 기업 분야가 있다면?
여러 가지가 있을 텐데, 일단 지식창업의 분야는 계속 늘어날 거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지금까지는 교육과 컨설팅이 주였다면, 디자인이나 설계가 중심이 되는 3D 프린터 산업 쪽이나 창의적 콘텐츠가 활발한 유튜브 등의 분야, 그 외에 장인이라는 이름의 사람들이 활동할 수 있는 영역이면 모두 유망한 분야가 될 것이다.
중요한 건 전망보다 오히려 당사자가 어느 영역에 몰입해 성과를 낼 수 있느냐가 아닐까?
12)당신만의 1인 기업 운영 원칙이 있다면 무엇인가?
내년 초에 출간을 목적으로 1인 기업 관련 책을 준비하고 있는데, 책에서도 언급했지만 내겐 딱 두 가지가 전부였다.
첫째는 내가 손댄 일에서는 어떻게든 참여자와 교육발주처가 만족할만한 결과를 만들어 평판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한다는 것이고,
둘째는 일을 할 때 절대 까다롭게 굴지 않는다는 것이다. 두 번째 원칙은 내 자신이 기관에서 교육을 진행했던 담당자로서 일을 한 후 얻게 된 생각이다. 너무 까다로운 분들은 일을 할 때 피곤하더라. 완벽주의는 스스로 만들어가는 거지, 남에게 강요하면 관계가 깨진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13)당신은 지금 일과 관련해 어떤 미래를 꿈꾸고 있는가?
몇 년 전부터 내 꿈은 하나다. 직업의 문제가 단순히 퇴직자나 퇴직을 앞둔 사람에게만 중요한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직업은 살아 있는 모든 인간의 문제고 보다 진지한 접근이 필요하다. 어릴 때는 어린 대로 직업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하고, 청년층은 청년대로, 중장년은 또한 그에 맞는 직업컨설팅이 필요하다. 시니어도 마찬가지고...
요컨대 실직의 문제를 겪는 사람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사람들의 직업에 대한 이해수준이 높아지는 그런 사회를 꿈꾸고 있고, 그에 일조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
나는 직업을 통해 좀 더 행복한 삶을 만들 수 있다고 믿고 그것을 사람들에게 전파하고 싶다.
14)1인 기업으로 살아남기에 가장 힘든 난관은 무엇이라 생각하고, 그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 들려준다면?
가장 어려운 것은 역시 생계의 문제다. 대한민국에서 월급 없이 몇 달을 버틸 수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되겠는가. 가장이라는 짐까지 짊어지고 있다면 초기의 수입이 없는 상태는 몇 배의 부담감으로 돌아온다. 그 압박의 과정을 견뎌내는 것이 관건이다.
내 경우 이런 어려움을 그래도 큰 무리 없이 넘어갈 수 있었던 원동력은 이미 10년 가까이 같은 분야에서 일을 해오며 만든 인맥과 평판이었다. 그래서 자신의 경력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사람들은 1인 기업에 이미 특화된 사람들이라고 말하고 싶다. 물론 모든 경력자가 다 자신의 경력을 활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업종의 특성도 있고, 인맥이나 평판관리도 전혀 되지 않은 직장인도 많다.
15)같은 분야의 신규 진입 희망자에게 마지막으로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1인 기업이 새로운 경향이고 트렌드라고 하나, 쉬운 영역이 아님도 분명하다. 이것을 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안 되는 이유’가 아니라 ‘되는 이유’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야만 하는 강력한 이유...
사회활동을 하는 성인이 오로지 현실적 판단으로만 접근할 때 1인 기업은 사실상 답이 나오지 않는 어떤 것이 되기 쉽다.
그리고 시작했으면 몇 년은 각오하고 버텨야 한다. 꽤 어려워 보이던 분들도 터무니없는 것이 아닌 한 꾸준히 버티고 노력하는 사람에게 기회가 만들어지는 것을 종종 보았다. 견디는 맷집이 필요한 일이라고 말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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