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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취업 컨설팅

젊은 사람들의 초기 경력이 망가지는 이유

by 사람과 직업연구소 2020. 7.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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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사람들의 초기 경력이 망가지는 원인_공무원이 최고인 시대의 그림자     

 

‘2020년은 지워버리고 싶은 한 해’란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초반에는 예정된 수많은 일들이 취소가 됐다. 다행히도 내 경우엔 조금씩 회복이 되어가는 상황이지만, 일하는 과정 내내 불안함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늘 조심하고, 신경을 쓴다고는 하지만 누군가의 표현처럼 “이제 코로나에 걸리는 것은 거의 복불복”인 상황이 되다 보니 마음이 편할 리 없다.

사실 이건 나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불안의 시대는 비교적 세상의 변화에 무심하거나 때로 낙관적일 젊은이들조차 쫓기게 만들고 있는 것 같다.     

 

IMF 이후 방황할 때 잠시 그런 적이 있었지만 실로 오랜만에 다시 공무원을 부러워해 보기도 했다. 

 

이 시대에 몸은 힘들어도 일은 어쨌든 꾸준히 안정적으로 가져갈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것인지 새삼 느끼곤 한다.(사실 나는 안정감 같은 것에 그다지 비중을 두지 않는 성격이었다)

꽤 나이 든 내가 이럴진대 젊은 사람들이야 오죽할까? 안 그래도 젊은이들의 시선은 공공분야로 끊임없이 향하고 있는데 코로나 사태가 불붙은 청년들의 마음에 제대로 휘발유를 뿌려준 셈이다.      

 

[요즘 젊은이들은 정말 만만치 않은 진입장벽 앞에 놓여 있다. 현실과 이상의 괴리가 만드는 시련은 시작도 하기 전에 힘을 빼놓는다]

 

처음부터 공무원 진입을 바라보던 이들은 더욱 갈증이 클 것이고, 일반 기업을 다녀보니 이건 오래 할 짓이 아니더라며 다시 재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도 시선을 자꾸만 공공영역으로 돌린다. 거기다 기회의 장도 열렸다.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에 따라 2022년까지 공무원 17만4000명을 증원할 예정이고, 올해 역시 신규 공무원 채용 인원은 6만3000명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사상 최대의 규모이고 공공을 꿈꾸는 개인으로선 절호의 기회다. 하지만 간과하지 말아야 할 사실이 하나 있다.     

 

97.5 vs 2.5

 

혹시 이 숫자의 의미를 이해하실는지...

이건 2019년 9급 시험 지원자 대 합격자의 비율이다. 이 숫자가 주는 무게감은 적지 않다. 수많은 청년들이 공무원이 되기 위해 경쟁을 하고 그 과정에서 대다수가 탈락이라는 쓴맛을 보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어떤 이들은 이 숫자의 무게를 알고도 덤비고, 또 다른 이들은 그 의미조차 잘 헤아리지 않고 덤비기도 한다. 그래서 누군가는 말하기도 한다. “대한민국의 청년들이 도전정신이 없다는 건 거짓말이라고...이토록 확률 낮은 경쟁에 청춘을 걸지 않느냐”고.      

 

그런데 이 숫자의 이면에는 꽤 다양한 상흔들이 남게 된다. 

무엇보다 상당 기간의 ‘경력 공백’이라는 핸디캡이 생기게 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이 인사혁신처와 함께 임용된 국가공무원 1천65명을 대상으로 2017년 9월 19일부터 26일까지 진행한 '공무원시험 준비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시험준비를 시작한 뒤 최종합격까지 소요된 기간은 평균 2년 2개월이었다고 한다.

그 기간 동안 그들은 기약 없는 싸움을 하며 힘든 시간을 보내게 된다. 

개인과 때로는 가족의 인내가 맞물려야 하는 이 쉽지 않은 도전이 만약 실패로 돌아가면 그 흔적은 고스란히
그들의 이력서에 스며든다.     

 

[이력서에 쓰지 못하는 노력의 의미를 어떻게 봐야 할까?]

 

아마도 서류지원은 물론이고, 면접에서도 ‘이 친구는 졸업 후(혹은 지난 직장 퇴직 후) 몇 년 동안 뭘 하고 지낸 거야?’라는 시선에 대응하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공무원이나 공공기관을 준비하는 청년들이 우리가 흔히 말하는 ‘성적이 좋았던 인재’인 경우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과정을 거친 청년들을 기업에서는 그다지 선호하는 것 같지 않다. 그들이 언제라도 다시 ‘수틀리면’ 밖으로 나가 똑같은 과정을 반복할지도 모른다는 우려, 혹은 그다지 도전적이고 활동적이지 않으리라는 우려(혹은 선입견)를 가지는 것이다.     

그 공백을 적절히 뛰어넘어 괜찮은 기업에 들어가려면 그야말로 ‘상당한 난관’을 넘어야 한다. 그래서 나는 공공분야 도전을 ‘초기 경력을 담보로 한 만만치 않은 한 판 승부’라고 부른다.

 

아쉽게도 나는 그들에게 이런 도전을 말릴 마땅한 대안이 없다. 요즘 시대 공무원이나 공공기관을 꿈꾸는 건, 어쩌면 시대의 불안이 만든 당연한 생각의 흐름이 될 수도 있기에.

그러나 한 번쯤은 그들이 맞게 될 여파도 고민해 보고, 지원하는 과정에서 조금 유연하게 다른 대안도 함께 모색하는 영리한 행동도 해봤으면 하는 작은 바람은 있다.

 

[생각해보면 힘들었다 생각했던 내 청춘에도 늘 기회는 있었다. 단지 돌아보기 힘들었을 뿐]

 

좋은 자원들이 필요 이상의 방황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금도 어느 곳에선가 치열한 도전을 하고 있을 이들의 용기가 좋은 결실로 이어지기를, 혹은 그 과정에서 나오더라도 삶에는 다른 괜찮은 선택지도 있음을 잊지 않기를 응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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