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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영의 뷰포인트

일상에 감사할 줄 모른다는 것

by 사람과 직업연구소 2010. 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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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의 나는 가난한 집 아이였다.

아니, 좀 더 정확하게 얘기하자면 내 주변에는 부유한 집이 한, 두 집에 불과했다.

대체로 누구나가 어렵던 시절엔 과자 하나 먹으면 세상 부러울 것이 없었다.

어쩌다 옆집에 가서 TV를 볼 기회가 주어지면 그도 한없이 즐거웠고, 동네에 있는 전봇대를 중심으로 아이들이 몰려와 놀이를 할 때도 아무 생각 없이 즐거워하곤 했다.

시간이 많이 흘렀나보다. 나도 변했고, 세상도 변했다.

지금 내겐 그 때의 나만한 아이들이 생겼고, 이제는 많은 이들이 최소한의 문화생활은 누리고 산다.

아주 찢어지게 가난한 집에도 어지간하면 구형 TV 정도는 보유하고 있으며, 얼마나 잘 먹느냐, 혹은 건강하게 먹느냐의 문제는 있지만 ‘쌀이 떨어져서’의 문제는 쉽게 찾기 힘든 것 같다.

부유함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 내 집 아이들도 밥을 잘 안 먹어 걱정일 뿐, 쌀이 떨어지는 것은 염려해 보지 않는 세상이 되었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행복한가?

사회에 나와 첫 월급을 받을 때의 감흥은 이미 빛바랜지가 오래 되었지만 꽤나 즐겁고 감사했던 기억이 있다.

그 후 급여가 올라가고 가족이 생기고, 뭐 제반 생활이 조금씩 나아지면 늘 감사했지만 또 어느 순간에는 ‘원래 그랬던 것’처럼 당연한 일상이 되고 있다.

병원에 있을 땐 그토록 소중하게 느껴지던 건강도 ‘당장 병원갈 일 없으면’ 또 으레 당연한 것이 된다.

당연히 ‘누려야 할’ 것이 많으면 세상사에 감사할 일이 적어지게 된다.

오히려 그 많은 것들 중 일부만 없어져도 세상에 까칠해 지고, 불만은 커져만 간다.

인간의 적응력은 놀랍다.

우리는 좋은 것에도 나쁜 것에도 너무나 쉽게 빨리 적응한다.

당첨 자체가 기적 같은 ‘로또’복권을 맞은 이들도 그 행복의 정도는 일정 시점이 지나면 예전의 행복수준과 큰 차이가 없어진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혹시 지금 컨디션이 나빠지고 기분이 우울해진다면 당장 우리 주변의 일상화되어버린 ‘당연한 삶의 혜택’을 찾아보자.

생각보다 많은 ‘행복’이나 ‘감사꺼리’들은 뒤로 제쳐두고, 너무나 열심히 ‘불행의 요인’만 파헤치며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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