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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장년, 시니어 컨설팅

어느 공기업 퇴직자의 한탄

by 사람과 직업연구소 2012. 3.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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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얼마나 대단한 곳에서, 편한 곳에서 일을 했는지, 그리고 그런 좋은 직장을 어떻게 박차고 나올 생각을 했는지 생각하면 한숨이 나온다....(모 공기업 퇴직자의 한탄)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화려한 과거는 축복일까라는...

분명히 누구보다 화려한 시절을 지내왔다면 그것은 축복일 것이다.(아쉽게도 인간은 그때 그 소중함을 잘 모른다) 그러나 과거의 영화를 기억하며 오늘의 불만스런 현실을 반추하게 된다면 그것은 이미 재앙이 되어버린 기억인지도 모른다.

 

모 공기업 퇴직자의 위와 같은 한탄을 들으며, 두 가지를 생각하게 된다.

도대체 얼마나 좋은 곳이었길래라는 생각과 함께, ‘이거 너무 세상과 격리된 불공평함이 아닌가라는 불만의 생각이 하나다.

또 하나는 이 분은 아직도 그곳을 마음으로 떠나지 못했구나라는 생각이 그 두 번째다.


 

우리나라 공기업이 신의 직장 얘기를 듣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며칠 전 신문에서 본 직원들의 전세자금 12천 만 원 무이자 대출같은 것을 보면 나도 서민인지라 좀 혈압이 오른다. 할 말은 많지만, ‘내가 부족해 못 들어간 곳이라고 치부해 버리면 된다.

그런데 두 번째 얘기는 문제가 달라진다. 못 들어간 사람들은 박탈감에 시달리게 하지만, 그곳을 나온 사람은 심리적으로 이별하기 어렵게 만든다.

어떤 직장을 봐도 눈에 차지가 않는다. 다시 그와 같은 레벨로 들어가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고 보면 어떻게든 다시 일을 시작하려면 눈높이를 조절해야 할 텐데, 연봉 7~8천 이상을 받던 사람을 2천도 안 되는 곳에 알선하려면 나도 머쓱해 진다.

하지만 어떻게 할까. 그 사람이 하던 일이 외부에서는 거의 경쟁력이 없는 일인데...

 

자꾸만 지나온 자리를 보게 한다. 앞으로 갈 길이 엄청나게 남았는데 전혀 발을 내디딜 수가 없다. 화려했던 과거만 밟히는 까닭이다. 독하게 마음먹고 걸음을 떼도 살아남을까 말까 하는 지독한 레이스의 한복판으로 들어 왔는데 운전자는 자꾸 뒤만 흘낏거리고 있다.

사고가 난다. 그렇게 한번 크게 다치고 나면, 그때에야 자신이 있었던 자리를 보게 된다. 그러나 그 역시 과거형이 되어 버렸다. 자꾸만 과거에, 과거에 나를 담는다.

 

인생을 칼같이 구분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그것이 감정적으로는 어려워도 훨씬 냉철한 선택임은 분명해 보인다.

되돌아 갈 가능성이 없다면 추억만 마음속에 간직한 채 앞으로 가야 한다. 사회에 처음 진출하는 것 같은, 설레임과 두려움을 가지고 가지 못한다면, 그 좋은 추억이 지금 내가 가진 것들마저 빼앗아 갈 수 있다.

 

그 분은 언제쯤 공기업의 추억에서 벗어날까. 나는 그 분과 현재와 미래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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