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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영의 뷰포인트

전철표 한 장으로 떠나는 산책여행

by 사람과 직업연구소 2008. 3.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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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부터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여행중의 하나가 전철을 이용한 여행입니다.
활용하기에 괜찮은 기사가 있어 퍼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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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철표 한 장 들고 봄내음 맡으러 소풍 떠나볼까

한국일보|기사입력 2008-03-14 21:57 기사원문보기
서울·수도권 한나절 즐길 만한 명소 6곳

■ 소요산

서울에서 소요산까지, 자동차와 전철을 이용할 때 걸리는 시간을 비교하면 딱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 같습니다. 서울에서 소요산까지 거리는 40~50km밖에 되지 않지만 의정부, 양주를 지나 소요산 앞을 지나는 3번 국도는 주말이면 행락 차량들로 북새통입니다.

아이들의 짜증에 운전하던 남편은 “조금만 빨리 나왔으면 덜 막히지 않았겠느냐”며 도화선에 불을 댕기고, 아내는 드디어 폭발하죠. 흔히 볼 수 있는 나들이 풍경입니다. 이쯤 되면 나들이가 아니라 전쟁이죠. 자동차들이 가다 서기를 반복할 때, 우리의 철마는 유유히 1호선 소요산역을 향해 질주합니다. 토끼를 이긴 거북이처럼 말이죠.

역에서 내려 소요산 입구 매표소까지는 1,300m 거리입니다. 넉넉한 마음으로 주변의 풍광을 즐기며 걸어도 15분이면 닿을 수 있죠. 매표소에서 10분 정도 걸어 들어가면 원효폭포 앞에 너른 공터가 있습니다. 도시락을 먹으며 느긋하게 피로를 풀 수 있는 공간이죠. 원효폭포 바로 앞에서 시작하는 계단을 몇 분만 올라가면 전망대입니다. 이곳에서는 좀더 멋진 풍경을 즐길 수 있습니다.

나선 김에 산을 탈 수도 있습니다. 자재암-하백운대-중백운대-선녀탕을 돌아 내려오는 1시간 30분(5.7km) 코스와 상백운대, 칼바위를 찍고 내려오는 3시간(6.9km) 코스, 소요산 정상인 의상대(해발 587m)까지 오르는 4시간(8.2km) 코스 등이 있습니다. 입장료는 어른 2,000원, 청소년 1,200원, 초등학생 650원이랍니다.

■ 아차산생태공원

광진구 아차산 자락에 자리한 이곳은 어린이대공원, 풍광이 아름다운 워커힐길과 연결되어 있어 피크닉은 물론 가벼운 등산과 위락시설 이용까지 함께 묶을 수 있어서 선정했습니다.

아차산생태공원에 가려면 5호선 광나루역이나 아차산역에서 내려야 합니다. 만약 어린이대공원과 함께 돌아볼 게 아니라면 아차산역보다 광나루역을 이용하는 게 좋죠. 도보로 10분 정도 덜 걸리기 때문입니다. 광나루역 1번 출구로 나가서 30m 정도 걸어가면 생태공원 이정표가 보입니다. 이정표를 따라 가다 나오는 굴다리를 지나 워커힐길 쪽으로 걷거나 광장중학교 옆 아차산오솔길로 가는 방법이 있습니다. 종종걸음으로 15분 걸립니다. 공원은 나무계단과 흙길로 이뤄져 유모차는 이용하기 힘듭니다. 불필요한 짐은 지하철역 사물함에 맡겨놓고 가세요.

아차산생태공원은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된 맹꽁이와 금개구리가 발견될 정도로 자연보존이 잘 되어 있습니다. 서울 도심에서 20여분이면 갈 수 있는 곳에 이런 데가 있다는 것이 믿기 어려울 정도랍니다.

■ 서울숲

뉴욕에 센트럴파크가 있다면 서울에는 서울숲이 있습니다. 2호선 뚝섬역 8번 출구에서 걸어서 15분이면 서울숲 입구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115만㎡에 펼쳐진 공원은 보고 즐길 것들로 가득 차 있죠. 대부분의 이용객들이 많이 찾는 수변 휴게실, 거울 연못, 가족마당, 숲 속 놀이터 등은 서울숲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모르고 지나쳤던 나머지 절반에도 볼거리가 그득합니다.

입구의 군마상, 바닥 분수를 지나 수변 휴게실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환경놀이터, 야외 자연교실, 습지 초화원이 볼만합니다. 수변 휴게실에서 왼쪽으로 돌아가면 바람의 언덕이 펼쳐집니다. 사슴과 고라니, 토끼가 뛰노는 생태숲을 내려다보며 보행전망교를 건너면 한강의 풍광을 감상할 수 있는 수변 공원까지 갈 수 있답니다.

서울숲을 제대로 즐기려면 교육프로그램을 이용해볼 만합니다. 매주 토요일 오전에는 가족 생태 나들이 프로그램, 오후 3시부터는 곤충교실이 열립니다. 둘째, 넷째 토요일 오전 10시에는 서울숲에 사는 새들을 관찰하는 프로그램이 초등학교 4~6학년을 대상으로 열립니다. 예약이 필수, 프로그램 안내와 예약은 홈페이지(parks.seoul.go.kr/seoulforest)에서 할 수 있습니다. 입장료나 프로그램 참가비는 무료입니다.

■ 하늘공원

월드컵공원 내 하늘공원은 6호선 월드컵경기장역에서 20분 거리로 가깝고, 서울시내에서 가장 아름다운 노을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며, 서울에서 보기 힘든 넓은 초지를 자랑하는 곳입니다. 쓰레기처리장으로 버려졌던 땅이 다시 인간에게 없어선 안될 녹지로 돌아와 있는 모습을 보면 자연이 주는 조건 없는 사랑이 느껴질 정도랍니다.

월드컵경기장역 1번 출구로 나오면 큰길 우측으로 하늘공원이 보입니다. 하늘공원의 시작은 지그재그 나무계단을 오르는 것입니다. 한걸음씩 걸으며 뒤를 돌아보면 한눈에 한강의 전경이 들어옵니다. 계단참에서 포즈를 취하면 어디서나 근사한 배경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곳이죠.

10여분 계단을 오르면 그림 같은 초지가 펼쳐집니다. 중간중간 쉬어갈 수 있는 나무의자는 물론 자연친화적으로 꾸며진 정자들이 피크닉의 운치를 살려줍니다. 이곳에는 환경 보존을 위해 식ㆍ음료?파는 시설이 없습니다. 그래서 음식과 음료수를 미리 준비해가야 하는 만큼, 폼 나는 피크닉가방이 빛을 발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죠.

이국적인 정취를 자아내는 5개의 풍력발전기는 낙조와 절묘하게 어울려 사진마니아들의 사랑을 받는 명물이기도 합니다. 돌아오는 길엔 느긋하게 공원 옆 수산물도매상가와 대형마트에서 식사나 쇼핑을 즐기기에도 좋습니다.

■ 홍릉수목원

자목련 그늘에 엎드려 초속 5㎝로 낙하하는 벚꽃을 바라보는 숲 속의 오후. 일본 규슈에서나 가능한 호사 같다구요? 아닙니다. 6호선 고려대역에 내려 10분만 걸어보세요. 거기 있습니다. 나무 가득한 숲이.

홍릉수목원은 1922년에 개원한,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수목원입니다. 헌데 아는 이는 드물지요. 울창한 아름드리숲은 아니지만 봄의 연둣빛에 젖기에는 넉넉한 푸르름입니다. 활엽수원, 습지원, 관목원 등 생긴 모습대로 풀과 나무를 모아 둔 둔덕과 늪도 있습니다. 천천히, 숨을 크게 들이쉬기 좋은 곳입니다.

봄이니 이런 녀석들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겠네요. 금어초, 진달래, 데이지, 개나리, 수선화, 꿩의바람꽃, 큰구슬붕이, 해당화…. 그냥 하루쯤 나무늘보처럼 지내고 싶은 분들은 6호선을 타세요. 참, 이곳은 국립산림과학원의 연구시설이라 일요일에만 일반에 개방됩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입장료는 없습니다.

■ 서삼릉

연인과 함께 호젓하게, 또는 홀로 허허로운 마음으로 시골길을 걷고 싶다면 3호선 삼송역에 내려 보세요. 가는 곳은 서삼릉. 조금 멉니다. 마을버스를 타면 금방이지만, 걸어서 가면 느긋한 걸음으로 한 시간 가량 걸리지요. 되도록 걷기를 추천합니다. 봄의 벅차오르는, 혹 쓸쓸한 마음을 포근히 감싸줄 숨결은 이 길에 있습니다.

농협대학을 돌아 종마목장을 거쳐 왕릉으로 향하는 길은 1980년대 하이틴 영화에서 보던 수채화 같은 풍경입니다. 소나무와 왕벚나무, 포플러, 은사시나무가 늘어선 길을 따라 새봄의 설렘 속으로, 아련한 추억 속으로 걸어보세요. 이마에 땀이 배면, 아무 곳에나 앉아 차 한 잔도 좋습니다.

종마목장이 생긴 뒤 소문이 난 탓에 휴일 낮에는 적잖은 인파로 북적입니다. 호젓함을 원한다면 이른 시간이 좋습니다. 가장 멋드러진 시간은 안개가 낮게 깔린 새벽. 시리도록 투명한 아침이 당신을 기다립니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유상호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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